평론가들이 극찬한 그린나이트
바위에서 성검 엑스칼리버를 뽑고 원탁의 기사들의 리더로 위대한 왕이 된 아서 왕입니다.
그는 조카 가웨인을 곁으로 불러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달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웨인은 전설이 될 만한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그때, 연회장 문이 열리더니 저 멀리서 말을 탄 괴상한 형태의 기사가 아주 느리게 걸어옵니다.
원탁의 기사들은 재빠르게 칼을 꺼내는데 저 멀리 정체불명의 기사는 칼 대신 녹색을 띤
호랑가시나무 다발을 꺼냅니다. 이 기사는 바람 소리를 내며 위험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향연장 상석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곤 아서왕에게 무언가를 주면서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편지 내용을 왕비인 귀느비가
읽기 시작합니다.
녹색 기사가 제안한 크리스마스 게임을 요약하자면 용맹한 기사가 녹색 기사가 든 도끼로 녹색 기사의
목을 내리치고 1년 뒤엔 반대로 녹색 기사의 일격을 되돌려 받으면 되는 게임입니다.
내용만 들어도 내 목숨을 내놓으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과연, 두려움 없이 도끼날을 주고받을 자가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아서왕은 원탁의 기사들을 바라보지만 서로 눈치만 보고 있던 그때, 이 자리에서 가장 경험이 미숙한
가웨인이 나섭니다. 게임이라고 하지만 상대의 목을 번갈아 치는 걸 게임이라고 부리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건 마치 게임이 아닌 전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녹색 기사의 눈이 동글해지더니 말에서 내려옵니다.
이 죽음의 게임은 앞으로 어떻게 흘려갈까요?
녹색 기사에겐 도끼가 있다면 가요인에게 아서 왕의 성검 엑스칼리버가 있습니다.
모두가 원했지만 이 세상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진 그 검입니다.
도끼를 든 녹색 기사가 가웨인 앞으로 다가와 도끼를 내려놓는데 가인이 목을 치는 순간
크리스마스 게임은 시작됩니다.
도끼가 땅에 닿자 그린 색 풀들이 돌 틈 사이를 뚫고 자라납니다. 이 날 도끼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머리를 약간 숙이는 녹색 기사, 모든 준비를 끝낸 가웨인, 이 게임은 이제 시작됩니다.
가웨인은 검을 손에 쥐고 앞으로 나아가 능수능란하게 드러난 목을 재빨리 내려칩니다.
마침 세상이 정지된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 몸만 남은 녹색 기사는 자신의 얼굴을 들고
"지금부터 1년 뒤"라는 말과 함께 사라집니다.
1년 뒤 이번엔 가웨인이 녹색 기사의 일격을 받아야만 합니다.
잔혹동화가 될 것인가 아름다운 동화가 될 것인가 전설은 항상 그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가웨인은 용감하게 녹색 기사를 무찌른 무용담의 주인공이 됩니다.
엑스칼리버는 주인을 찾아가고 영광은 금세 사라진 채 녹색 기사가 남긴 도끼만이 남겨집니다.
이제 가웨인은 1년 뒤 이 도끼를 들고 녹색 기사가 있을 녹색 예배당을 찾아가야 합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갑니다. 가웨인은 고민에 빠집니다.
인간이란 원래 간사한 법인데 목숨 앞에서는 더 비굴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서왕은 가웨인에게 한낱 게임이라면 무시하라 말을 하지만 가웨인은 위대해질 수 있는
지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기회를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가웨인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그때 세 갈래로 나눠진 길 앞에 놓인 녹색 기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저 운명에 따라야 합니다.
그때 길을 막아선 도적 대들, 가웨인은 모든 것을 뺏기고 녹색 기사가 남긴 도끼 하나 걸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납니다.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본인의 모습을 마주하는 용기를
찾아 여정을 떠나는 것 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린 나이트는 정체불명의 녹색 기사와 아주
무서운 크리스마스게임을 약속하고 1년 뒤 정해진 날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나는 여정이지만,
가웨인이 여정을 떠나는 와중에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형식을 취하고 있고 동시에
인간 사이의 모든 이야기를 압축한 삶은 여정이기도 합니다.
다른 기사들은 밖에서 많이 싸워봐서 그 공포를 알지만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가웨인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도전한 것입니다.
가웨인이 겪은 일 년이 인간의 생애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녹색 기사의 일격은 가웨인의 몸 끝에 있으면서 인간에게 있어서 생애 마지막 모험인 죽음과
닮아 있습니다.
가웨인처럼 이제 막 인생의 모험의 출발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가슴이 와닿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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